"나쁜 짓을 해서는 안 돼. 해를 끼치는 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수도 없이 이러한 제한을 내포한 말들을 들어왔으며 이를 몸과 마음에 각인시킨 채 살아가고 있다.
나쁘다는 건 뭐지? 범죄라는 건 뭘까? 그냥 범죄는 나쁜 것?
오늘은 수도 없이 들어왔음에도 추상적으로만 배워 온 범죄라는 개념을 형법 속에 담아있는 그대로 배워보고자 한다.
1. 범죄의 개념
범죄의 개념은 실질적 개념과 형식적 개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범죄란 나쁜 것이다, 즉 반사회적 행위를 내포하는 범죄는 실질적 범죄 개념에 속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형법의 기준이 되는 범죄 개념에 대해 배워보려 하는데 이는 형식적 범죄 개념으로서 범죄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위법하고 그에 책임 있는 행위의 뜻을 가지고 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해야 하고 위법해야 하며 행위자가 일으킨 행위에 책임(비난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 모두 충족이 되어 범죄가 성립하고 나면 형벌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에는 인적 처벌조각사유와 객관적 처벌 조건이 있다.
- 인적 처벌조각사유란 쉽게 말하자면 범죄는 성립됐지만 처벌이 안 되는 상황으로, 행위자의 특수한 신분으로 인하여 성립된 범죄에 대하여 형벌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친적상도례를 들 수 있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등의 신분을 가짐으로써 재산범죄에 관한 형벌권을 면제해줄 수 있는 특례를 뜻한다.
- 객관적 처벌 조건은 있어야 처벌되는 것으로, 성립한 범죄에 대하여 객관적인 사유로 인해 형벌권의 발생이 좌우된다.예를 들어 사전수뢰죄이다. 사전수뢰죄는 뇌물을 받을 당시에는 공무원이나 중재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처벌되지 않지만 그 후로 공무원이나 중재인의 조건을 갖추게 되면 이에 대한 형벌권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범죄 요건과 형벌권을 발생시키는 범죄의 처벌 조건까지 다 갖추고 나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조건이 필요한데 이를 범죄의 소추 조건이라 하며 형법에는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있다.
- 친고죄는 공소제기를 위해서는 피해자나 기타 고소권자가 고소를 해야지만 범죄가 가능하게 되며 이를 고소 전까지 공소 제기는 정지된다고 하여 정지조건부범죄라고도 불린다. 모욕죄나 사자명예훼손죄 등을 들 수 있으며 원래 친고죄에 해당되었던 성과 관련 범죄는 친고죄가 폐지되어 고소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 다음으로 반의사불벌죄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해제조건부범죄로도 불리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범죄를 논할 수 없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명예훼손죄나 폭행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 범죄의 주체
이렇게 요건과 조건을 갖추게 되면 범죄는 성립하게 된다. 이를 행하는 범죄의 주체는 누구일까?
범죄의 행위자는 모두 다 알다시피 사람, 즉 자연인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우리는 법인이 처벌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법인을 범죄의 행위자로 보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의 견해를 따르면 형법에서 법인은 범죄를 일으키는 주체가 될 수 없다. 법인은 범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은 형벌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책임능력이 있다. 따라서 양벌규정으로써 행위자 이외에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법인에 대해 형벌권을 발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인의 대표자를 제외한 직원 등의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감독자나 개인의 과실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법인 개인을 처벌하는 기본 형태의 양벌규정에 대하여 책임주의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따라서 임직원에 대하여 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감독 의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이 있을 시에 법인을 처벌할 수 있다. 즉 법인의 책임은 직접 책임이자 자기 책임인 독자적 책임을 부담하므로 자연인과 별개인 인격의 주체로서 각자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3. 범죄와 형벌의 적용 범위
그렇다면 어디서 언제든 행위자는 범죄를 일으키기만 하면 우리나라 형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을 받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시간적과 장소적으로 범위를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시간적 적용 범위를 보자.
범죄를 성립하고 이에 대해 처벌하기 위해서는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소급효금지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기 위해선 행위의 시점을 정해야 하는데 범죄 행위의 종료 시점을 행위 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범죄를 행하는 도중에 법이 새로 개정이 된다면 범죄를 종료하는 시점에는 법이 새로 개정된 상태이므로 이 행위에 대하여는 신법이 적용된다.
행위 시의 법률 원칙에도 예외가 있는데 범죄가 종료된 후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거나 형벌이 가벼워진 경우라면 구법 시에 행위를 종료했어도 신법을 따른다. 또한 법률이나 법률 조항에 대해 종전 합헌으로 결정된 사항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던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다음으로 장소적 적용 범위를 보자.
이는 속지주의, 속인주의, 보호주의, 세계주의의 네 가지 요소가 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속지주의를 따르며 이에 속인주의와 보호주의를 첨가하고 있다.
- 속지주의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어도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 속인주의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범죄를 일으켰을 시 처벌되지 않지만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도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을 할 수 있게 된다.
- 다음으로 보호주의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내란, 외환, 국기, 통화, 유가증권·우표·인지, (공)문서, (공)인장에 관한 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영토 외에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여도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를 제외한 범죄에 대하여도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죄를 범한 경우 행위지의 법률을 통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호주의에 의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 마지막으로 세계주의이다. 세계주의는 인류 공동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범죄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의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오늘은 범죄와 범죄의 행위자, 범죄가 적용되는 범위까지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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